냄새만 맡아도 장생한다는, 선녀 서왕모가 가꾸던 복숭아밭 `반도원`의 복숭아를 훔쳐 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손오공도 `반도원` 경비를 하다 복숭아를 먹어 문제를 일으켰다. 동양의 낙원이라는 무릉도원도 바로 복숭아밭이다.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본 복숭아 과원을 그렸다는 `몽유도원도`는 이상향을 그린 것이다. 영약인 영지도 복숭아나무에서 난 것을 최고로 친다고 한다.
이 같은 수많은 신화나 전설의 주인공 복숭아는 `신선(神仙)의 과일`, `불로장생의 과일`로 통한다. 복숭아에는 귀신을 쫓는 능력이 있다고도 전한다. 귀신 들린 사람에게서 귀신을 쫓아낼 때 복숭아나무 가지로 때렸다고 하며,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얘기다. 지금도 복숭아나무 근처에는 묘를 쓰지 않는다. 마당에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는다고 한다.
복숭아가 마치 선계(仙界)로 들어가는 매개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복숭아가 가진 여러 가지 약효와도 관계가 있다. 복숭아는 해독 작용이 뛰어난 과일이다. 특히 니코틴 제거 효과가 뛰어나다. 또 아스파라긴이 많아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포도당·과당·유기산이 많이 들어 있어 식욕을 돋우는 역할도 한다. 복숭아에는 비타민A와 C가 풍부하다. 비타민C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줄 뿐 아니라 피로감을 줄여주고, 면역 기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복숭아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은 발암 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의 생성을 억제해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펙틴 함량도 높아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칼륨 함량이 높아 고혈압·심장병을 앓는 사람에게도 좋은 과일이다.
한방에서는 복숭아씨를 곱게 갈아 한 숟갈씩 먹으면 변비가 없어지고 생리불순, 생리통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 복숭아 잎이나 꽃을 달인 물은 땀띠, 습진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종기에 붙이는 고약의 주성분이 복숭아 가지와 잎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복숭아는 껍질에 털이 없는 `천도`, 털이 있지만 과육이 하얀 `백도`와 황색인 `황도`로 나뉜다. `백도`는 대부분 생과로 즐기고 `백도`에 비해 신맛이 강한 `황도`는 주로 가공용으로 사용한다. 복숭아를 고르는 방법은 우선 `백도`계통은 복숭아 봉합선을 중심으로 과실의 양쪽이 균일한 것이 좋다. 눈으로 봐서 빛깔이 맑고 투명한 것을 고른다. `황도` 계통은 황색이 진하고, 과실 모양이 타원형보다 원형에 가까운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꼭지 부분에 벌레 먹은 흔적이 없는 것으로 고른다.
먹기 2~3시간 전에 잠시 냉장하는 게 좋아
복숭아는 쉽게 무르므로 1~2일 내에 빨리 먹는 것이 좋다. 10~13℃에서 먹을 때 씹는 맛과 당도가 가장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유의해야 할 것은 복숭아가 여름 과일 가운데 유일하게 성질이 따뜻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지만 냉장고에 넣으면 오히려 더 빨리 변한다. 10℃ 이하에서 보관하면 저온 장해가 발생해 과육이 엉성해지고 단맛이 사라진다. 따라서 상온에 놔뒀다가 먹기 2~3시간 전에 잠시 냉장하는 게 좋다. 여름철 장마에 상할 것이 우려되면 병조림이나 잼, 건조 복숭아 등으로 가공하면 오랫동안 복숭아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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